[충청타임즈/도시재생이야기-21]
과거부터 우리에게 집은 `space’보다는 `place’에 가까운 장소개념이다. 집은 삶의 흔적과 개개인의 의미와 기억이 살아있는 `장소’로서 인식됐다. 주거지는 집들을 포함한 생활 장소를 둘러싸고 있는 생활환경의 총체적인 `장소’이며, 협의로는 물리적인 주택 주변의 환경, 광의로는 사회·문화·경제적인 환경을 포함한다. 주거지 재생은 광의의 의미를 포함하여 쇠퇴 문제에 대응하는 사업이나 사회적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주거지 문화는 전쟁 후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통한 인구증가와 도시화 현상을 원인으로 고밀도 주거단지인 아파트 개발 사업이 확장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독채를 중심으로 한 주거지 문화는 점점 줄어들고 쇠퇴하게 되었다. 물론 초창기 건설된 고밀도 주거단지 쇠퇴 현상도 시간이 지나면서 증가했다. 주거지 쇠퇴는 복합적인 형태로 지속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재개발·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정비 사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주거지 정비 사업들은 전면 철주 위주의 획일적인 개발과 민간 중심의 사업진행으로 인해 기존의 커뮤니티를 파괴하고, 원주민이 재정착하지 못하게 되는 등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켰다.
이러한 주거지의 쇠퇴 문제는 보통 기반시설 및 개별 주택의 노후화 등 물리적인 환경 요소와 거주자의 사회경제적 상태 약화 현상이 결합하여 나타난다. 따라서 주거지 재생은 광의의 개념으로서 `재생’활동이 필요하다.
주거지 재생을 위한 지자체 및 관련 행정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예를 들어 현재 가장 큰 문제인 정비구역 해지 구역에 대한 재생 방안은 저리융자 지원, 주택관리 지원센터 등을 근간으로 한 `개별 주택 개량 지원 시스템’ 구축과 함께 나타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거지 생활권을 현재보다 세분화해 지역 특성을 반영한 공공주도 재생 기본 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 특색과 현황을 간과한 채 정비 구역 지정을 목표로 진행되는 사업은 최대한 지양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비 사업은 어떠한 형태로든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주거정비지수제’(3단계 심사를 통해 주거지 정비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새로운 주택재개발구역 지정 기준)와 같은 종합적인 주거지 관리 절차와 도구를 확대해야 한다. 물론 지역 여건에 맞는 주거재생 제도가 동시에 수반되어야 하며, 이는 조례와 같은 법령을 통해 실행 가능성을 전제 받아야 한다.
조례와 같은 기본 법령을 통해 주거지 재생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은 쇠퇴주거지 재생을 위한 `지역 단위 주민모임-계획팀(마을활동가, 도시건축 전문가, 관련 시민단체)-행정협의체’구도의 주거지 재생 지원체계 구축을 법제화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지역재생이 필요한 쇠퇴주거지를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으로 선정하여 집중 지원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최근에는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과 같은 국비 보조 사업을 통해 대상지 내 쇠퇴 주거지를 재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데 유사 지원 사업 비율이 원도심에 집중되어 쇠퇴주거지에 대한 지원 유형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주거지는 우리 머릿속에 여전히 `우리 동네’, `우리 마을’로 인식되는 가장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장소’이다. 주민이 느끼는 도시의 가장 기본단위는 여전히 `내 집’이고 `우리 골목’이다. 그만큼 주거지 쇠퇴 현상은 지역 주민 개개인에게 가장 경험적으로 와 닿는다. 게다가 쇠퇴는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앞서 논한 방법 외에도 더욱 구체화 되고 실질적인 재생 정책 및 도구가 꾸준히 개발되어야 하며, 이는 내 주거지에 대한 주민 개개인의 `관심과 걱정’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홍의동(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교육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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