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타임즈/도시재생이야기-22]
근래에 도시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어가 재생이 아닌가 싶다. 한 도시를 이끌어 가는 정책결정자도, 도시공간을 관리하는 행정가도, 도시를 삶터로 생각하는 주민들도 언제부터인가 당연한 것처럼 이제는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재생이 도시환경과 정주공간을 분명하게 변화와 개선해 줄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기존 확장일변도의 도시를 변모시키기 위해 또 다른 한편으로는 도시확장으로 야기된 도시공동화와 낙후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범용적 사용을 넘어 남용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돌아볼 시점이라 생각한다.
이는 마치 페니실린이 처음 개발되고 아스피린이 실용화되었을 때 우리 인간은 마치 만병통치약을 얻은 것처럼 들떠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 결과 많은 병 치료에 기본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점차 남용의 길로 들어서게 되어 오히려 또 다른 의학적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지금 몇몇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의 적용과정을 보면서 의학에서 벌어진 것처럼 도시재생의 올바른 이해부족으로 부작용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도시재생과 재개발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대부분 개발행위도 재생이란 이름으로 덧칠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이다.
기존의 공동주택단지나 일부 개발단위지역에서 아무런 역사적 사실의 보전이나 주민의 의견수렴 없이 단순히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낙후된 건물이 사라진다는 것만으로 재생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선도적 재생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개발의 반 이상을 기존 부지의 기능과 주변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오직 민간사업자의 입맛에 맞게 진행하기도 하면서 이 역시 재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런 우려는 기본적으로 중앙정부의 올바른 재생개념과 사업에 대한 정리 및 미흡한 시스템구축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재생이 지향해야 할 점과 재생의 역할과 과정 그리고 도시규모나 재생방식에 대한 기준이 아직은 불분명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이를 지자체에서 계획하고 관리하는 주체에게도 분명하게 전달되고 있지 않을뿐더러 재생은 전문성이 요구됨에도 행정조직의 특성상 이를 처음부터 계획하고 추진의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재생이 가지는 장기간의 속성과 다자간의 협력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특성인데 현재의 관료시스템으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재생관련계획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다른 일반 개발 사업이나 문화사업과 구별이 되어야 하지만 혼용된 개념으로 중복성은 물론 차별성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주민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추진되기보다는 지자체 혹은 중앙공모 사업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는 보조사업 혹은 지역숙원사업을 해결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혼돈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여러 부처에서 시행하는 재생사업을 전담 부처선정과 함께 이를 통합예산으로 운영하고 특화된 재생 혹은 유형별 재생을 위한 가이드라인 설정이 제도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지자체에서는 재생전문가들이 최소한 관련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하여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고 재생을 위한 중간조직과 명확한 역할분담과 이 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중간조직 역시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민과 지자체의 연결고리를 통한 재생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지역밀착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은 마을 만들기 혹은 정주환경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민주도형으로 스스로 기획하고 자생성을 근간으로 하여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도시는 변화되어야 하지만 한편으로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그것만이 지역의 정체성 확보는 물론 경쟁력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재생이 분명한 답이 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공감대 그리고 참여주체 간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황재훈(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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